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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 이야기, 예능·드라마 소재로…한발짝 더 양지로
성소수자들 이야기, 예능·드라마 소재로…한발짝 더 양지로
대만의 동성 부부가 출연해 사연을 털어놓은 넷플릭스 '성+인물: 대만편', 인터넷 방송을 넘어 종편과 지상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트랜스젠더 풍자(본명 윤보미), 동성을 향한 짝사랑이 범죄와 거짓말로 이어진 tvN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케이블 TV가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가 하면 성소수자 방송인이 여러 채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 방송계가 성별 정체성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해 8월 29일 공개한 예능 '성+인물: 대만편'에서 방송인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은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나라 대만을 방문해 직접 동성 부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남성 부부 샤오바오와 띵띵, 여성 예비부부 카카와 벨라 등은 교제를 시작한 계기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동엽과 성시경은 대만에서 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는지 배경도 살펴봤다.
올해 4월 공개한 '성+인물' 일본편은 성인비디오(AV) 산업에 종사하는 배우들을 인터뷰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성소수자들과 동성 부부의 사연을 자세히 다룬 '성+인물' 대만편은 일본편처럼 강한 찬반 논쟁 일으키는 분위기는 아니다.
드라마 속 인물이 성소수자인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특히 성소수자 자체를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쓰기보다 이야기 흐름에 녹아들게 하거나 소재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최근 종영한 tvN의 '소용없어 거짓말'에서는 초반부터 의문을 낳았던 주인공 김도하(황민현 분) 여자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의 범인이 사실 그를 짝사랑한 동성의 남성이었단 사실이 종반부에 밝혀졌다.
'소용없어 거짓말'은 살인 사건의 진범과 살해 동기를 찾는 것이 주된 소재인데, 동성 짝사랑이라는 의외의 설정으로 시청자들이 끝까지 범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에선 구연준(안효섭)이 동성 친구와 애틋한 관계로 그려졌다. 원작인 대만 드라마 '상견니'에선 동성을 향한 짝사랑이 좌절되는데, 이를 약간 수정한 것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배우 안효섭이 1인 2역으로 구연준과 남시헌 두 인물을 연기하는 멜로 드라마다. 구연준이 성소수자라는 설정은 두 인물의 서사가 겹쳐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를 냈다.
김진원 감독은 "구연준이란 인물에게 애정과 관련된 서사가 필요했는데, 그 대상을 동성으로 등장시켜 남시헌의 서사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 성소수자가 방송인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풍자는 최근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인터넷 방송 출신 방송인 중 한 명이다.
풍자는 작년부터 지상파와 종편을 넘나들며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고, 올해 상반기엔 MBC와 SBS의 관찰 예능인 '전지적 참견 시점'과 '미운 우리 새끼'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오는 27일 첫 방송하는 채널S·ENA 공동제작 예능 '지구별 로맨스'에서 방송인 전현무, 배우 이정진과 함께 메인 MC를 맡았다.
성소수자의 방송 활동은 풍자가 처음이 아니다.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배우 홍석천도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고, 트랜스젠더인 하리수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다.
"왜 여기서 나와?" 드라마 속 코미디언들 '감초' 맹활약
무진시를 꽉 잡고 있는 일진 출신 배옥희(주민경 분). 여전히 그녀의 전화 한 통이면 후배들은 생업도 제쳐둔 채 달려 나온다.
그런 배옥희가 절친 봉예분(한지민)을 돕기 위해 오랜만에 '옥희 군단'을 불러 모았는데 동생들 사이에 웬 아저씨 한 명이 쭈뼛대며 서 있다.
직업은 교사, 이름은 김용명. 출산으로 몸이 성치 않은 여동생을 대신해 나왔다는 그는 꼬박꼬박 옥희를 '언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닌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묘하게 억울해 보이는 표정과 어리바리한 말투. '얼굴만 봐도 웃긴' 김용명이 나서자 별것 아닌 행동도 괜스레 웃기다.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힌 코미디언들이 다양한 개성과 매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힙하게'에 본명 그대로 출연하는 김용명은 2004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개그맨이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매회 꾸준히 등장하며 짧은 몇 장면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김용명이 '옥희 군단' 모임에 참석해 주특기를 선보이는 장면이 화제다. 교편을 잡고 있어서 '12세용 욕'을 잘한다는 김용명은 속사포로 초등학생들의 신조어를 쏟아내는데, 해당 장면의 유튜브 영상 클립 조회수는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73만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은 "개그맨인데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김용명 나오기를 기다린다", "'언니'라는 대사를 김용명처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힙하게' 제작진 측은 "김석윤 감독님이 평소 김용명 씨의 코미디를 좋아해 먼저 출연을 제안했다"며 "김용명 씨의 평소 코미디 톤을 반영해서 드라마 속 엉뚱하고 반전 있는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종영을 앞둔 tvN 드라마 '소용없어 거짓말'에는 대세 코미디 크루 숏박스가 출연한다.
엄지윤은 여자 주인공 솔희(김소현)의 타로 카페 근처에 위치한 샐러드 가게 사장을 연기한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잦지만, 그만큼 음흉한 구석 없고 남 뒤통수 칠 일 없는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김원훈은 여자 꼬시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맥줏집 사장 오오백 역을, 조진세는 소심한 성격에 자신감도 부족해서 연애 경험이 없는 빵집 사장 소보로 역을 맡았다.
3인방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와 탄탄하게 다져진 호흡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NA 드라마 '신병' 시즌2에도 코미디언 이수지가 출연해 웃음을 담당한다. 사단장 아들인 '군수저' 박민석의 친누나이자 유격 훈련 교관으로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미디언들이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부터 종종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고 카메오(단역 출연자)로 출연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반짝 화제'를 끌어내는 것을 넘어서 더 긴 호흡의 정극 연기를 선보이는 추세다.
앞서 넷플릭스 'D.P.' 시리즈의 문상훈과 영화 '헤어질 결심'의 김신영도 웃음기를 싹 뺀 섬세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tvN 토크쇼 '유퀴즈' 인터뷰에서 "김신영은 인생의 여러 감정을 다 갖춘 사람"이라며 "(그가 사람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게 참 좋았다. 연기자로서 훌륭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섭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연기력에 인지도까지 갖춘 코미디언들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캐스팅 후보로 주목받는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드라마는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코미디언들의 연기 변신은 극에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역할에 어느 정도 제한은 있겠지만, 연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안전하고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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